맞벌이 부부—그 오랜 역사
남편은 별로 부끄러워하는 기색없이 앞치마를 두른다. 부엌으로 가서는 밥상을 치우고, 바닥을 쓸고, 설겆이를 한다. 집안 일을 해내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제가 청소할 차례죠. 아내는 두어 시간 자고 있읍니다. 오늘 저녁 늦게 일하러 가야하기 때문이죠.”a
이 남편과 아내는, 여러 지역에서 예외라기보다는 정석이 되어버린 생활을 하고 있다. 곧 맞벌이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취업 주부의 수가 1950년 이래 사실상 세 배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 추산한 바에 따르면, 미국 내의 부부들 중 5분의 3이 넘는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벨기에’, ‘스웨덴’ 및 일본이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물론, 소위 개발 도상국에 속하는 여러 나라에 사는 독자들은 그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한 나라들에서는, 여자들이 전통적으로 가내 소득에 큰 몫을 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4면 참조) 그렇지만, 맞벌이 가족이 증가한다는 것은 서구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이례적인 현상이다. 왜 그러한가?
“경제적 부담”
남자만이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생각은 서구 사회 특유의 것일 뿐 아니라 매우 현대적인 생각이다. 「개인, 결혼 생활 그리고 가족」(The Individual, Marriage, and the Family)이라는 책에서는,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여자들은 가족의 경제적 필요를 돌보는 일에서 남자와 온전히 동등한 일을 해왔다”고 알려 준다.
성서에서는 고대에 어떻게 여자들이 경제적으로 기여했는지 잘 설명해 준다. 잠언 31장에는 “유능한 아내”(신세)에 관한 묘사가 나온다. 그는 가사 책임을 돌볼 뿐 아니라, 소득을 올리기도 하였다. 그가 돈을 버는 기술 몇 가지를 들어보자면, 땅을 구입하고, 농사를 짓고, 옷가지를 만들어 내다 파는 것들이 있다. (잠언 31:16, 24) 성서 사도행전 18:2, 3에서는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라는 한 부부에 관해 알려 주는데, 그들은 동일 직종에 함께 종사하였다. 성서 주석가인 ‘아담 클라아크’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이스’, ‘로마’ 및 ‘이스라엘’ 여자들은 상류층에 속한 사람들까지도 가족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온갖 종류의 직업을 가지고 직접 일했다.”
여러 세기 동안 남자와 여자는 경제 활동의 동반자로서 일해 왔다. 그러나 일은 가정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산업 혁명이 일어나게 되었으며, 남자들은 대도시에 있는 공장에서 일자리를 구하였다. 하지만, 가내 공업과 농사로부터의 이같은 변화로 남자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일자리, 곧 아내나 자녀들이 참여할 필요가 없는 일자리”를 갖게 되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는가? 일부 여자들은 자기들이 “경제적 부담”이 되었다고 말한다.—「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그렇지만, 산업화로 큰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그리고 서구 나라들이 불황을 벗어나고 이차 세계 대전이 끝남에 따라, 많은 가족들은 중산층(혹은 고소득층)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는 목표를 열심히 추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고임금, 저물가 및 손쉬운 외상 등으로 인해 일부 남자들은 가족들에게 집과 자동차를 마련해 줄 수 있었으며, 당시 그들을 현혹시키던 새 상품과 도구들 얼마를 눈부시게 늘어놓을 수 있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소용돌이가 극심해지기 시작함에 따라, 중산층이 되려는 꿈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교묘한 덫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1960년대 초에 작가 ‘마아빈 해리스’는, “부모들은 중산층의 신분을 획득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1965년에는 미국에서 한 가족이 살 수 있는 새 집 한채의 평균 판매 가격이 20,000‘달러’(한화로 1,680만원)였다. 1984년 2/4분기에는 가격이 약 100,000‘달러’(한화로 약 8,400만원)로 치솟았다! 식품 및 의복비도 마찬가지로 걷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기록적인 수자에 달하는 아내들이 직업 전선에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돈이 더 필요합니다’
이 남편과 아내(앞서 언급된)는 안락하기는 하지만, 미국 표준으로 볼 때 수수한 집 한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많은 부부들처럼 그들도 ‘인플레이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청구서들을 지불하자니까 돈이 더 필요하였읍니다. 남편은 현재 이상으로 벌 수 없다는 것을 저는 깨달았읍니다. 그래서 저도 전 시간 직장을 가질 수밖에 없었읍니다.” 그렇다. 여성들을 직업 전선에 뛰어 들게 한 주된 요인은 ‘여성 해방 운동’ 철학이 아니다. 함께 일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다수의 부부들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죠!’라고 대답할 것이다. (5면 참조.)
일부 여성들은 집 밖으로 나서게 된 것에 대해 불평한다. “집 밖에서 하는 일은 나를 조금씩 조금씩 말려 죽이고 있읍니다”라고 한 여자는 탄식했다. 그러나 자기 직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나는 일하는 걸 좋아합니다. 나는 단순히 주부가 아니지요”라고 다른 여자는 말한다. 그는 가구점을 경영하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이혼율과 미망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여성들이 일자리를 갖게 하는 데 한몫을 차지한다. 한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일하고 있지 않다면, 무척 두려워하게 될 겁니다. 나는 첫 남편을 22세 때 잃었읍니다. ··· 지금 나에게서 항상 떠나지 않는 생각은, 만일 내가 일자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가 혹시 남편이 죽거나, 어떤 젊은 여자하고 도망가 버리기라도 한다면 내가 심한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들은 빚을 지게 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맞벌이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도전들을 직면하게 되며, 그 도전들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가?
[각주]
a 여기에서 “일”이란 집 밖에서의 보수를 받는 일을 말한다.
[4면 네모]
개발 도상국의 취업 여성
“동남 ‘아시아’에 사는 여자들은 야자나무 당액(糖液)을 졸인다. 서‘아프리카’ 여자들은 맥주를 양조한다. ‘멕시코’의 여러 지방과 그외 다른 지방에 사는 여자들은 도자기를 만든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자들은 옷감을 짜거나 옷을 만든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자들은 남는 식품을 시장에 내다 판다. 그런 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은 대개 여자들이 갖는다.”—‘아이어린 팅커’의 저서 「여자와 세계 발전」(Women and World Development)
예를 들어, ‘가나’ 중부 및 남부 지방에 사는 ‘아칸’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레앙드레’는 이렇게 기술한다. “여자는 파종하고, 남자는 추수한다. 여자는 시장에 가서 장사하고, 남자는 더 멀리가서 교역한다. 전통적으로 남편과 아내는 따로 저축하고, 따로 투자하며, 각자가 일하거나 장사해서 얻은 이윤은 어느 것이나 자기 것이 되어 왔다.”
하지만, 나라들이 산업화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옛 생활 방식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 경영자들이 서구의 기술만 아니라 서구의 문화까지 들여왔기 때문이다. 대개, 개발을 장려하는 사람들은 남자들에게 새로운 영농 기술을 가르칠 것이며, 심지어 농사가 여성의 영역인 경우에도 그러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장의 일자리도 거의 전적으로 남자들에게 주어진다. 이 모든 일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되었는가?
‘인도네시아’를 고려해 보자. 그곳에서는 벼를 탈곡하는 일을 전통적으로 여자들이 해왔다. 그러나 1970년대 초에 소형 일제 탈곡기가 수입되어, 여자들을 그들의 생계에서 몰아내 버렸다.
‘구아테말라’의 ‘산 페드로’라는 마을에서는 남편들이 농사를 짓거나 장사하는 동안 아내들은 옷감을 짰다. 그곳에 사는 여자들은 경제성이 있는 일을 하는 데서, ‘T. 바흐라흐 엘러스’ 박사가 지칭한 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갑자기 새로운 편물기가 수입되었다. 그러나 남자들만이 그것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신용 대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여자들은 더 이상 편물계를 석권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지금은 공장주가 지불하는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케냐’에서는 남편들이 도시에서 봉급받는 고용인 생활을 하는 동안, 일부 여자들은 뒤에 남아 “손바닥 만한 가족 소유의 땅을 갈아 자기들과 자녀들이 먹고 산다.” 한 ‘케냐’ 관리의 말에 따르면, 그들이 마침내 남편과 재회하여 고층 ‘어파아트’에 살게 되었을 때, 그들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장소에 불과한 곳”에 와있게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케냐’ 사람들은 땅에서 살고 싶어합니다. 그들은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땅을 갖고 싶어하지요.”
인도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자들이 “낮은 종교 신분”에 속해 있었다. 따라서 여자들이 보수가 좋은 일자리를 갖는 것은 부당하다고 흔히 생각한다. (심지어 여성의 평등을 주창했던 ‘간디’까지도 한때 “성의 평등이 곧 직업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현대 인도의 여성들」(Women in Contemporary India)이라는 책에서는, 중산층 취업 여성이 이제는 “재화에 대한 취향을 발전시킬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기술한다. 그러므로 문화적 및 종교적 금기가 서구화의 또 다른 표시인 물질주의에 밀려나고 있다.
제 3세계의 여성들이 이전 어느 때보다도 고된 일을 하면서도, 그들이 한때 누리던 경제적 독립—혹은 안전—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인 이야기이다.
[5면 네모]
맞벌이를 하는 이유
미국: 41,0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직업을 가진 여성들 중 82‘퍼센트’가 그들이 현재 쓰고 있는 비용을 충당할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이곳에서는 “서부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수의 여성들이 집 밖에서 일하고 있다.” 약 84‘퍼센트’가 “오로지 경제적 필요성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
‘캐나다’: ‘터론토 대학교’에서 실시한 한 연구가 밝힌 바에 따르면, “전 시간 일을 하는 여성의 남편들이 대개 다른 남자들보다도 적게 번다”고 한다. “아내가 전 시간 직장을 가지고 있는 가족의 남자들의 평균 수입은 18,240‘달러’(한화로 약 1,530만원)였는데, 그에 비해 ··· 남편 혼자서 생활비를 버는 경우에는 22,273‘달러’(한화로 약 1,870만원)였다.”
인도: 사회학자인 ‘자리나 바티’는 이렇게 말한다. “여성들이 일하는 것은 그들이 일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지, 그 가운데서 더 큰 자유, 경제 자립 또는 자기 표현의 수단을 찾기 때문이 아니다.”
[5면 삽화]
산업 혁명이 일어나자 남자들은 농사를 그만두고 공장에서 일자리를 갖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여자들이 “경제적 부담”이 되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