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위기—그 이유는?
베오그라드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르기까지, 라고스에서 리마에 이르기까지, 마닐라에서 멕시코시티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워싱턴 시에서 웰링턴에 이르기까지, 정부들은 인플레이션과 투쟁한다.
때로는 정부 자체가 심한 재정적 곤경에 처해 있다. 한 보고서는 “미국이 지난 5년간 진 부채는 그 이전 [미국의] 역사 전체에서 진 것보다 많다”고 기술한다. 최근에 아프리카의 한 정부는 오랜 동안 기다려진 임금 인상을 철회해야 했다. 그 정부는 새로운 임금 청구액을 치를 만큼의 충분한 돈이 국고에 없음을 알고 당황하였다. 그와 비슷하게, 라틴 아메리카의 어떤 큰 나라에서는 정부가 1988년 말경에 100만 여명의 공무원 봉급을 지불할 수 없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비율이 높았다.
5개년 계획, 평가 절하, 임금 동결, 물가 통제 등의 경제 대책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복잡하며 해결책은 포착하기 어렵다. 그러한 어려움을 예시하기 위해, 본지는 이 기사에서 생활비 위기의 근본 원인 중 일부를 약술하고자 한다.
깨지기 쉬운 국제 경제 체제
세계적인 상호 의존성. 한 국제 금융업자가 이렇게 설명한 바와 같다. “세계는 하나다. 우리의 경제는 세계적이다. ··· 세계적인 경제에서 하나의 해결책이 일방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서방 나라의 경기가 후퇴하면, 이내 가난한 나라들로 그 영향이 전달되어 그들 나라의 생산품에 대한 수요가 중단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이자율이 오르면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는 데 더 많은 문제를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나라가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전반적인 경제 풍토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적은 반면 불리한 경제 영향은 더 받기 쉽다.
주식 시세의 변동은 세계 경제의 상호 의존성뿐 아니라 그 불안정한 특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투자가들이 경제 전망에 대해 너무 신경을 곤두세운 나머지, 1987년 8월, 미국의 불길한 무역 통계와 아마 어느 재무부 관리의 무분별한 발언만으로도 1987년 10월에 전세계적인 시장 붕괴가 일어날 정도였다고 한다.
미국의 심각한 부채 문제와 아울러 주요 경제 강국들이 경제 정책을 조정할 수 없거나 조정하려 하지 않는 상황으로 인해, 신용이 신속히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러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경제학자 스티븐 매리스는 이렇게 경고했다. “우리는 혼란에 처해 있다. 쉽게 빠져 나갈 길은 없다.”
물가 변동. 근년에 석유, 금속 등의 기본 물품에 있어서 극적인 가격 변동이 있었다. 1970년대의 갑작스런 유가 인상으로 인해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있었으며 세계 경제 후퇴가 일어났다. 석유를 생산하지 않는 제 3세계 국가들에는 특히 타격이 심했다.
1980년대에는 대부분의 상품 가격이 폭락하였다. 이로 인해, 수출품의 주종이 그러한 생산품인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가 심한 타격을 받았다.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멕시코와 나이지리아와 같은 나라도 유가 인하로 인해 생활 수준이 급격히 낮아졌다. 그러한 물가 변동은 가장 건전한 경제 계획도 수포가 되게 할 수 있다.
근시안적인 정부 지출
군사비 지출. 1987년의 세계 전체 군사비 지출액은 약 1조 달러로 추산된다. 그 금액은 분당 약 180만 달러에 해당한다! 부유한 나라들만 군비에 돈을 낭비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중에는 방위비 지출을 매년 10퍼센트 증가시키도록 계획해 온 나라도 있다.
경제학자 존 K. 갈브레이스는 제 3세계의 군사비 지출이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극도로 가난한 사람들이 병기의 값을 지불한다. 생활비 향상을 위해 책정된 비군사적 투자비, 심지어 식비 자체를 희생하면서 병기를 구입한다.”
“흰코끼리” 계획. 시암이라는 나라에는 자신이 싫어하는 신하에게 흰코끼리를 주곤 했던 왕이 있었다고 한다. 그 동물은 거룩한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일하도록 부릴 수 없었다. 따라서 불행하게도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은 흰코끼리를 기르다가 재정 파탄을 당할 것이었다. 근년에 서방의 나라들은 무심코 시암의 왕 역할을 해왔다. 서방의 나라들은 원조 계획을 통해 거창한 과학 기술 사업에 자금을 대주었는데 원조를 받은 나라들은 그 사업을 제대로 관리할 수가 없었다.
값비싸고 비실용적인 그러한 “흰코끼리들”은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상태를 일그러뜨려, 비행기가 이륙하는 일이 거의 없는 사치스러운 공항, 밀가루가 없어서 빵을 만들 수 없는 최신식 제빵소, 유지 관리 부족으로 끊임없이 가동 정지되는 거대한 시멘트 공장 등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때때로 제 3세계의 정부들은 수력 발전 계획이나 원자력 발전소, 심지어 새로운 수도(首都)와 같은 엄청난 사업에 아낌없이 지출함으로 인해 막대한 부채를 지게 되었다.
인구 증가
세계의 여러 나라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생활 수준이 더욱 낮아졌다. 주택, 직장, 학교 그리고 식품 생산까지도 계속 증가하는 수요에 도저히 보조를 맞출 수 없다. 예를 들어, 멕시코는 인구의 급성장으로 인해, 단지 실업률이 증가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만도 한해에 백만군데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는 급격한 인구 증가—도시로 이주하는 현상으로 인해 더욱 악화됨—에 따라 지난 10년간 식품 수입이 세배로 늘어났고 생활 수준이 떨어졌다. 직장을 찾지 못하고 대가족을 부양할 수 없어 자포 자기한 나머지 가족을 그냥 버리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아버지들이 있다.
체제 내의 본질적인 약점들
예측할 수 없는 시장 시세. 경제 예보는 정밀하지 않은 과학으로 악명 높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진보된 경제 체제에서도 전문가들은 발생하고 있는 일을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운 한편 제 3세계의 경제 체제—구체적인 자료를 입수할 수 없는 곳—에서는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문제의 정확한 본질에 대해 의견이 일치할 수 있을지라도,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혹은 사회적 관점에 따라 다른 해결책을 처방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를 한층 더 복잡하게 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하는 정치가들은 자신의 구미에 맞는 경제 조언만 청종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상무 장관이었던 피터 피터슨은 미국에 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근본적으로 말해, 우리의 문제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정치적 합의가 없기 때문에 곤경에 처한 것이다. 우리는 경제적 어려움의 본질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도 않는다.”
무지한 이기심. 각 나라는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관계없이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국민 모두에게 식량조차 줄 수 없는 나라에 경제 원조를 정교한 군사 장비의 형태로 할지 모른다. 분명히,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의 동기는 인도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적 혹은 정치적인 것이다. 부유한 공업국들이 자국의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세운 관세 장벽 때문에 기본 상품이나마 팔려고 하는 가난한 나라들의 노력이 좌절된다.
저개발국들은 신속한 이자 상환에만 관심있는 국제 은행 기관을 비난한다. 채권국에 빠른 상환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정적 후원이 없어서 포기된 사업들도 있다. 채무국이 현재 높은 이자율로 지불해야 하는 이유는 주로 채무국보다 훨씬 더 부유한 나라들의 낭비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알폰신 대통령은 5년 동안 라틴 아메리카가 (미국과 유럽으로) 보낸 돈은 마셜 플랜a을 두 차례 추진할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 지역은 이전 어느 때보다도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
부패와 탐욕. 일부 아프리카 및 아시아 나라의 대통령들은 수십억 달러를 횡령한 일로 비난받았다. 라틴 아메리카의 경찰서장과 저명한 기업 중역 역시 수백만 달러의 사기 행위에 관련되었다. 그처럼 막대한 금액의 돈은 대개 일반 사람의 처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계획된 프로그램에서 유용한 것이다. 모든 계층에서의 고질적인 부패 때문에 셀 수 없이 많은 나라의 경제가 심하게 침식되고 있으며, 보조금을 내고 원조를 받아야 하는 가난한 대다수의 사람이 재정적 짐을 더 지게 된다.
신용할 수 없는 상업적 탐욕 역시 생활비 위기의 한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다국적 담배 기업들은 적극적인 판매 기법으로 가난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이 조금밖에 없는 현금을 담배 구입에 쓰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일부 개발 도상국에서는 건강을 위협하고 타르 함량이 높은 담배가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고객은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을 알지 못한다. 매우 중요한 외국환에 이끌려, 귀중한 농경지를 담배 경작지로 바꾸지만,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편, 흡연과 관련된 질병은 생활비의 상승과 같은 속도로 증가한다.
생활비 위기의 배후에 있는 이유에 대해 이처럼 간단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시민의 경제 곤경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가 위협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충분히 보게 된다.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한 경제 토론회에서 연설하면서,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카펫을 끊임없이 움직여 잡아당기면서 우리를 넘어뜨리겠다고 위협하는 세계”에 대해 불평했다. 제 3세계의 정치가들과 경제학자들은 미테랑의 말의 의미를 쓰라린 경험을 통해 정확히 알고 있다.
그것은 경제 회복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말인가? 세계 경제는 전 인류가 정도에 맞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해 줄 수 없는가? 다음 기사는 그러한 질문에 대답해 줄 것이다.
[각주]
a 마셜 플랜은 미국이 후원한 계획으로서, 전쟁으로 파괴된 유럽의 경제 회복을 원조하기 위해 입안된 것이다. 1948년에서 1952년까지 약 120억 달러 가치의 원조가 분배되었다.
[8면 네모]
부채 문제
내국채
많은 나라에서는 정부 지출이 수입을 크게 초과한다. 그러한 정책에 요구되는 막대한 차용이 여러 해 거듭되다 보면 엄청난 예산 적자가 누적되는데 그것을 때때로 내국채라 부른다. 그러한 부채를 이자와 함께 상환해야 하므로, 정부는 계속 차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며, 그로 인해 이자율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다. 더욱이, 「타임」지가 설명하였듯이, “투표자는 인간이므로 더 많은 혜택과 더 적은 세금을 원하며, 정치인은 정치인이므로 [투표자의 여망]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지출을 줄이기 싫어한다. 따라서 결산일은 연기되는 한편, 생활비는 올라간다.
외국채
여러 가지 이유로, 일부 나라는 수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상품과 용역을 수입하며, 그 결과 무역 수지 적자가 생긴다. 부족액은 다른 나라가 인정할 수 있는 통화 곧 대개는 달러나 강세 통화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한 돈을 예비비에서 인출하거나 다른 나라로부터 차용해야 한다. 그 나라의 예비비가 위험 수준까지 낮게 떨어지거나 대부받을 수가 없게 되면, 수입 제한 조치가 내려지거나 화폐가 평가 절하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두 가지 조처는 모두 수입 상품의 가격을 치솟게 하며, 그러한 상품 중 다수는 으레 산업용과 소비자용을 막론하고 모두 필수품이다.
특히 제 3세계 국가의 수출 상품은 거의 모든 경우에 그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 수지상의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1톤의 커피로 1960년에는 37톤의 비료를 살 수 있었던 데 비해, 1982년에는 16톤밖에 살 수 없었다. 저개발 국가의 주요 수출품인 코코아, 홍차, 목화, 구리, 주석 등의 일차 생산품의 경우에도 그와 비슷한 통계가 나올 것이다. 개발 도상국들은 주로 그 나라들로서는 거의 통제할 수 없는 그처럼 불리한 무역 조건으로 인하여, 1987년까지 1조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빚을 지게 되었다. 목에 매달린 맷돌 같은 그 무거운 짐은 경제 회복을 심하게 방해하며 일부 정부의 안정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뉴욕 타임스」지는 최근에 이렇게 논평했다. “라틴 아메리카를 연합시키는 단 하나의 문제는 부채다. ··· 정부들은 이 문제를 인기 상실의 원인으로 생각하며 가까운 미래에 영향을 주는 주요 정치 변수로 본다.”
[7면 지도]
(온전한 형태의 본문을 보기 원한다면, 출판물을 참조하십시오)
세계 인플레이션 비율 1980-85년
(「이코노미스트」지에 실린 El Mundo en Cifras에 근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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