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동에 번쩍 서에 번쩍
「깨어라!」 브라질 통신원 기
남아메리카 강우림 지대의 하늘이, 열대 지방에 어두운 밤이 찾아오기 직전에 나타나는 형언하기 힘든 색깔로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아무런 기척도 없이 퓨마가 나타났습니다! 퓨마는 숲 속에 있는 빈터로 조심스럽게 걸어 나오더니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잠시 이 커다란 고양이과 동물은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는데, 꼬리의 끝부분만은 자동차 앞유리의 와이퍼가 저속으로 작동될 때처럼 계속 움직였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빈터를 가로질러 뛰어가더니 쏜살같이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몇 년 전 그 날 오후, 나는 경주용 운동화, 고속 자동차, 심지어 전투기까지도 퓨마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두 번째로 큰 고양이과 동물인 퓨마 또는 쿠거는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이 분명합니다.a
근육질 동물
무늬가 없는 황갈색 때문에 퓨마는 암사자를 생각나게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머리의 얼굴 부분은 아프리카에 있는 그 사촌만큼 직사각형이 아닙니다. 퓨마의 머리는 둥글고 작으며 머리 위쪽에는 똑같이 둥글고 작은 귀가 달려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퓨마의 머리는 유선형으로 길쭉한 것이 꼭 총알처럼 생겼습니다. 퓨마는 커다란 초록색 눈으로 노려 봅니다. 입 주위에는 하얀 털이 있어서, 우유가 담긴 그릇에 주둥이를 담갔다가 깜박 잊어버리고 입을 닦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유연하고 가느다란 몸은, 굵고 끝이 어두운 색으로 된 꼬리를 제외하고도 길이가 1.5미터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뒷다리는 길고 튼튼해서 엉덩이가 어깨보다 높습니다. 힘이 넘치는 그 다리 덕분에, 60킬로그램이나 되는 이 근육질 동물은 로켓처럼 땅을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됩니다. 퓨마는 한 번 크게 뛰어올라서 수직으로 5미터까지 솟아오르는 것이 관찰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굳이 장대를 사용하지 않고도 장대높이뛰기를 할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퓨마는 뛰어내릴 때에도 그와 동일하게 감명을 줍니다. 퓨마는 18미터 높이에서 지면으로 나는 듯이 뛰어내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올림픽 다이빙 선수들이 사용하는 다이빙대보다 거의 두 배나 높은 것이지만, 퓨마는 아래에 있는 수영장에 물을 가득 채워 놓고 그리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퓨마는 마치 스프링이 달린 매트에 뛰어내리기나 한 것처럼 지면에 닿는 순간에는 이미 뛰어오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야생 생물학자인 케네스 로건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동물은 강력하고 두려움을 자아내는 동물입니다. 일단 이 고양이과 동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고 나면, 이 동물에 대해 매우 경탄하게 됩니다.” 놀랍게도, 퓨마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의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다
식민지 개척자들이 처음으로 신세계에 정착했을 때, 퓨마의 서식지는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기까지 대륙 전체를 망라하였습니다. 퓨마는 산악 지대뿐 아니라 습지와 대평원과 밀림에서도 살았습니다. 사냥꾼과 농부들이 현재 북아메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퓨마를 없애 버렸지만, 퓨마는 여전히 아메리카 대륙의 대표적인 고양이과 동물로서 캐나다에서부터 남아메리카의 끝부분에 이르는 지역까지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동물의 성공 여부를 지리적 분포와 서식지의 다양성의 정도로 측정한다면, 퓨마는 오늘날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 포유류 가운데 가장 성공한 동물임이 분명합니다. 퓨마의 성공 비결은 무엇입니까?
퓨마는 생존을 위한 준비가 잘되어 있습니다. 튼튼한 위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사냥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 지방에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먹이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죽임을 당한 퓨마 몇 마리의 위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검사해 본 한 수의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퓨마는 자기보다 다섯 배나 더 큰 동물도 죽여서 끌고 갈 수 있지만, 주위에 다른 먹이가 없으면 메뚜기도 먹습니다. 먹이를 놓고 볼 때, 퓨마는 다른 어느 고양이과 동물보다도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먹이가 다양하므로 사냥 기술도 다양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새를 움켜잡을 때에는 사슴을 덮칠 때와는 다른 전술이 필요합니다. 퓨마는 새를 어떻게 잡습니까? 브라질의 대서양 연안 삼림에서 퓨마는 티나무새를 유인할 때 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냅니다. 그 장면을 관찰한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완벽하게 흉내내더군요. 티나무새는 몇 번밖에 울지 않지만, 퓨마는 열 번에서 스무 번이나 그 새 소리를 냅니다.” 그렇지만 그 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티나무새는 시끄러운 수컷 새가 자기 영역을 침범했다고 생각하고는 앞으로 나가서 경쟁자를 대적하기로 결심하지만, 그것은 치명적인 행동이 되고 맙니다.
퓨마를 북아메리카에서 찾든 중앙 아메리카나 남아메리카에서 찾든 퓨마는 대개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데, 마치 바람처럼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퓨마를 연구하는 연구가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은 “숨기 좋아하는, 만나 보기 힘든, 조심스러운”입니다. 약 70마리의 퓨마를 죽인 한 사냥꾼은, “개들이 자기가 잡을 퓨마를 나무 위로 몰아 주기 전에는 퓨마를 한 마리도 본 적이 없었다”고 시인하였습니다. 좌절감에 휩싸인 연구가들이, 이 고양이과 동물은 “화가 치밀어 못 견딜 정도로 만나 보기 힘들다”고 말해 온 것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이름이 많은 고양이과 동물
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의 이 대표적인 고양이과 동물은 만나 보기만 힘든 것이 아니라 정의를 내리기도 힘듭니다. 「동물 기록 기네스 북」(The Guinness Book of Animal Records)에서는, 퓨마가 “세계의 다른 어떤 포유류보다도 이름이 많다”고 기술합니다. 영어로 알려져 있는 40여 개의 이름 외에도, “퓨마에게는 또한 남아메리카 고유의 이름이 적어도 18개나 되며 북아메리카 고유의 이름도 25개나 더 있”습니다.
동물학자들이 대개 사용하는 이름인 퓨마는 페루의 케추아어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 고양이과 동물에게 붙여진 다른 이름을 몇 가지만 열거하자면, 산사자, 아메리카사자, 팬서, 페인터, 붉은호랑이, 사슴호랑이가 있습니다.
상파울루 동물원 원장이자 퓨마 전문가인 파이살 시몬 박사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퓨마의 행동과 신체적 능력은 다른 대형 고양이과 동물과는 공통점이 거의 없습니다.” 퓨마는 실로 종류가 전혀 다르고 크기와 색깔이 다양한 고양이과 동물입니다. 퓨마는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아종(亞種)이 30종이나 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6종은 브라질에 있습니다.
없애야 하는가?
브라질과 그 밖의 다른 곳에서 소를 기르는 많은 목장주들에게, 퓨마는 골칫거리라서 보는 즉시 총으로 쏴서 죽여야 할 동물입니다. 그러나 퓨마가 정말 소를 마구 죽인다는 평판을 받아 마땅합니까? 시몬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야생 동물이 있다면 퓨마는 소를 거의 죽이지 않습니다. 그런 일이 몇 번 일어난다고 해서 이 동물을 조직적으로 도살하는 일이 정당화되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사실, 퓨마를 총으로 쏨으로 목장주들은 그들 자신에게 해를 입히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러합니까?
예를 들어, 브라질의 판타날은 남한보다 더 큰 면적의 습지로서 수많은 소가 자유롭게 활보하는데, 이 곳 목장주들은 퓨마를 죽입니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 퓨마가 좋아하는 먹이인 아르마딜로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시몬 박사는 말합니다. 아르마딜로는 갑옷을 입고 있는 포유류로서, 크기가 토끼만하며 굴을 파고 그 속에서 삽니다. 주위에 퓨마가 없기 때문에 아르마딜로는 판타날의 목초지를 죽음의 지대로 바꿔 놓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러합니까?
소들이 굴에 발을 디디는 바람에 다리가 부러져 죽는 것입니다. 시몬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목장주들은 퓨마를 죽였기 때문에 현재 전보다 더 많은 소를 잃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을 교란시킬 때 일어나게 되는 일의 또 한 가지 예에 불과합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퓨마를 보존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아메리카 일부 지역의 당국에서는 사냥을 규제하고 이 고양이과 동물의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한 퓨마 보호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그 결과, 미국 서부에서는 퓨마가 돌아와서 이전의 서식지에서 다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일을 모든 사람이 다 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환영하고 있습니다. 「스미스소니언」지는 퓨마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골칫거리에서 매우 유용한 동물로 ··· 멋진 변신을 했다”고 지적합니다.
퓨마를 좋아하는 사람들로는 자연 애호가들과 사냥꾼들이 있습니다. 이 고양이과 동물은 자연 애호가들에게는 황야를 상징하는 위풍당당한 동물이지만, 사냥꾼들에게는 여전히 사냥 기념품일 뿐입니다. 문제는, ‘퓨마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두 가지 역할을 다 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각주]
a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고양이과 동물은 재규어이다. 본지 1990년 9월 1일 호 25-7면 참조.
[26면 네모]
“너도 살고 나도 살자”?
미국 서부에서 퓨마 즉 쿠거를 보호하는 법률은, 퓨마의 수만 증가시킨 것이 아니라 퓨마와 인간의 충돌 역시 증가시켰다. 원인은 분명하다. 퓨마의 서식지인 황야의 경계 지역에 정착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공공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퓨마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여전히 드물다.
연구가들이 문헌을 조사한 결과, 1890년 이후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퓨마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65건이었는데, 이것은 5년마다 약 3건이 발생한 것에 해당한다. 그 65건 가운데 10건의 공격은 아마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미국에서만도 한 해에 약 40명이 벌에 쏘여 사망한다.
야생 생물학자인 케빈 핸슨은 이렇게 말한다. “기회가 있는데도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실로 놀라울 정도로 드문 것을 보면, 적어도 사람과 관련해서는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쿠거의 의지가 매우 강한 것 같다.”
[25면 삽화]
사진: Courtesy São Paulo Zoo